자동차 머플러 접지를 위해 오랜만에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 보네요.
바닥에 은박지 돗자리 하나 깔고 누워서, 총(?) 대신 공기구를 가슴에 올린 채 포복으로 전진을 합니다.
간신히 들어가 자리를 잡고 누워 차 밑바닥을 쳐다봅니다.
관 속에 누워 있는 기분이 이런 것 일까..
머플러 접지를 하려면 머플러 이음새의 플랜지 볼트를 하나 풀어야 하는데, 배기가스의 뜨거운 열기에 고착이 되었는지 좀처럼 풀리지가 않더군요. 공간도 좁아 죽겠는데 볼트까지 안 풀리니 점점 팔에 힘은 빠지고.. 한참을 낑낑대다가 결국 일단 후퇴를 결심합니다.
'WD40 가지고 내 다시 돌아오마!'
다시 밖으로 기어나가려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는 데, 그 순간 중간소음기 앞쪽에 웬 국물(?) 자국이 얼핏 보입니다.
랜턴을 자세히 비추어 보니 3~4cm 정도 길게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옆에 파이프 용접부위는 절반 가량 떨어져 나가 소음기 내부가 살짝 보일 정도네요.
'아.. 드디어 올 것이 왔네.. 자동차도 나이를 먹다보니 여기저기 골병이 드는구나..'
문득 잠시 스치는 생각..
얼마 전 고속도로에서 오르막길을 올라가거나 추월을 위해 가속을 하는데, 보닛쪽에서 평소 듣던 터보 소리와는 다른 '이상한 바람소리'가 나던데 혹시 이것 때문인가..?? 싶더군요.
90~100km 이상 고속에서 엔진에 부하가 좀 걸릴 때만(오르막 또는 추월) '쌔엥~' 하는 바람소리가 다소 크게 들리는데, 출력이 떨어지지는 않아서 인터쿨러 호스가 빠진 거는 아닌 것 같고, 흡기 쪽 어딘가에서 바람이 새는 건가 싶더군요.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소리가 안 나고요..
그날 운행이 끝난 후 엔진룸의 에어크리너 케이스와 흡기 호스 밴드 부위를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찾지 못했고요, 흡기호스 곳곳의 스틸밴드만 조금씩 더 타이팅을 했습니다.
호스밴드 타이팅 때문인지, 그 후 비슷한 운행조건에서 바람소리가 많이 줄어들긴 했는데 여전히 작은 바람소리는 계속 나더군요.
그래서 이 머플러 구멍과 연관하여 추측하건데,, 고속으로 달릴 때 중간소음기의 구멍 난 부분(차량 전방을 향하고 있음)으로 강한 외부공기가 유입되고, 그러면서 소음기 내부의 압력이 상승 → 배기가스 흐름의 저항으로 작용 → 배기가스 정체로 터보 배기 쪽 배기압 상승과 동시에 터보 서징 현상 발생... 그래서 바람소리가 난 것이 아닐까... 하는 돌팔이 비전문가인, 저 혼자만의 뇌피셜로 고장진단을 해 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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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러 전체를 교체하기에는 아직 전반적으로 상태도 괜찮고,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일단 수리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하고, 인터넷으로 머플러 용접하는 곳을 검색해 봅니다.
서울 장안동 쪽에 머플러 용접하는 곳이 몇몇 있는데, 그 중 '한국마후라'와 '세신마후라' 이 두 곳이 많이 알려져 있더군요.
평일 오전 일찍, 예약도 안 하고 무작정 장안동으로 출발~
저희 집 기준으로 세신마후라가 쪼~금 더 가까워서 일단 그곳 먼저 갑니다. 다행히 먼저 온 손님은 없네요.
이 주변 동네가 모두 소규모의 자동차 관련 상가라서 주차가 좀 애매합니다.
앞에 먼저 온 손님이 있을 경우, 근처 다른 영업점 앞에 주차하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주변의 공영주차장에 가서 기다려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한 시름 놨네요.
사장님께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바로 작업을 시작합니다.
다른 부위도 점검을 해 보니 녹은 좀 생겼으나 아직은 괜찮다고 하시네요.
차를 리프트에 올리고 중간소음기를 분리한 후 바로 용접작업을 시작합니다.
차 무게가 있어서인지 리프트가 힘겹게 올라가네요. 리프트 지지대가 바퀴 쪽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차 중간을 받치는 타입이라 어찌 좀 불안 불안합니다.
용접작업만 한 15분 정도, 전체적으로 작업은 한 30~40분 정도 걸렸습니다.
현장에서 장착 완료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공간도 협소하고 차 밑으로 기어들어가기가 좀 위험해서 눈으로만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네요.
파이프 주변 한 바퀴 보강용접하고 구멍 난 곳 위에 철판대고 용접하는 데까지 비용은 '5만원'이 들었습니다.
집에 도착 후 차 바닥으로 카메라만 집어넣어 사진을 찍었네요.
깔끔하게 잘 수리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습니다. :)
구멍 난 곳을 수리해서 그런가 집에 올 때 보닛쪽에서 나던 바람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네요.
조만간 고속도로에서 한 번 테스트를 해봐야겠습니다.
이번 경우에는 우연히 구멍난 부위를 일찍 발견해서 간단히 수리를 마쳤는데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파이프 용접부위가 아예 떨어져 머플러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경우도 있고, 머플러 전체가 썩어서 아예 통째로 교체하는 경우도 흔하더군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한 번씩 차 밑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머플러 접지는 언제 하나..
날도 더운데 차 밑에 한 번 더 들어가게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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