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병일지 4 : 강직성 척추염


한 달 전(11월)부터 '휴미라'라는 주사약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치료'는 아니고 '통증완화' 처방인 거죠.

강직성 척추염 치료약은 아직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지난 7월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세레캅캡슐과 조피린장용정 약을 먹으면서 가슴과 등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는데요, 9월 초쯤부터인가 오른쪽 발목 아킬레스건 부위가 조금씩 부어오르며 걸을 때마다 통증이 생기더군요.

족저근막염 하고는 통증 부위가 다른 게, 발꿈치 뼈 바로 위쪽 아킬레스건이 시작되는 부위예요.


'아.. 또 올 것이 왔구나..'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약 2~3주가 지나 통증이 더 심해진 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첫걸음을 내딛을 때는 물론이고, 회사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다가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일어서서 움직일 때 그 발목 뒷부분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정말 아휴....!!

어금니 꽉 깨물고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여기저기 걷다 보면 어느 정도 통증이 견딜 수 있을 정도(?)까지 완화되긴 하는데, 어디 잠깐 앉았다 일어나면 다시 통증의 크기가 최대로 리셋됩니다. 계단 내려갈 때는 정말 답이 없고요..

특히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 의자에 앉아있다가 내릴 때가 돼서 일어날 때가 제일 고통스럽습니다. 쩔뚝거리며 간신히 버스에서 내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남들의 시선이 좀 거슬리기도 합니다. 차라리 발에 깁스라도 했으면 그런가 보다 하지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절뚝거리며 걷는 게 이상한가 봅니다.

집 근처 정형외과에 가서 발목 X-ray와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강직성 척추염 증상 중의 하나인 '아킬레스건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항생제하고 진통제를 따로 처방 받았는데, 의사한테 강직성척추염 환자라는 사실과 이미 다른 진통제 성분의 약을 먹고 있다고 약 이름을 말해주니, 일단 조피린장용정은 계속 복용을 하고, 항생제와 진통제를 새로 처방해 준 약으로 먹으라네요. 세레캅캡슐은 아킬레스건염에는 좀 맞지 않는 약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물리치료(무슨 충격파 치료??)를 받으라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약 4주간 정형외과 처방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았어도 별 효과를 못 봤습니다. 

통증의 근본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데 정형외과식 땜빵(?) 치료로 통증이 사라질 리가 없지요. 이게 무슨 상처 소독받는 게 아니니까요.






결국 11월 초에 대학병원 담당 주치의와 이런저런 상담을 해 본 결과, 더 이상 약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주사제 사용을 권유하더군요. 단, 주사제 처방 전에 잠복결핵 검사를 해야 한다며 폐 X-ray와 혈액검사를 하고 일주일 후에 결과를 보자고 합니다. 

그 일주일 후 결핵검사는 이상 없는 것으로 나와 주사제 처방을 받았습니다. 주사제가 자가면역을 억제하는 성분이라 몸에 잠복결핵이 있을 경우 결핵균이 활성화될 우려가 있다고 하네요.

'휴미라'라는 주사제인데, 집에서 혼자 자가로 놓은 주사입니다.
가격은 1회분이 약 28만 원 정도 하는데, 산정특례 대상자라 10%만 부담을 하네요.
가정경제(?)도 어려운데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내가 내 몸에 직접 주사를 놓는다..?!!'


첫 주사는 병원 주사실에서 간호사분이 놓아주셨는데 이것저것 주사기 사용법을 알려주시더라고요. 저는 다행히 아내가 전직 간호사여서 뭐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첫 주사는 그렇게 병원에서 맞고 2주 후에 집에서 놓을 주사약은 따로 받아왔어요. 냉장보관이라서 조그만 얼음 봉지를 같이 넣어주시더군요.

첫 주사를 맞고 한 3일 정도 지나니까 신기하게도 약 효과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통증도 점점 줄어들고 발목의 붓기도 서서히 가라앉네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12월11일) 기준으로, 총 세 번 주사제를 투여했고요, 최초 주사 맞기 전의 통증이 '100'이었다면 지금은 '20~30' 정도 수준입니다. 평지를 걸을 때 크게 지장 없는 수준이고요, 다만 계단 내려갈 때 아킬레스건 부위가 조금 당기는(?) 약간의 통증은 남아있습니다.

담당의사 말로는 주사를 10년 동안 맞는 환자도 있다던데, 몸 상태에 따라서 주사 놓는 주기를 2주에서 3주로 간격을 늘릴 수는 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앞으로 주사제를 꾸준히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 좀 암담하네요..





주사제 겉포장을 뜯으면 아래와 같이 사용설명서와 속 포장된 주사기가 나옵니다.
용량은 40mg (0.4mL)라서 작은 사이즈입니다.




포장 뒷면에 '유전자재조합'(?)이라는 단어가 좀 신경 쓰이기는 하네요.




주사기 포장을 한 번 더 뜯으면 주사기 본체와 알코올 패드가 나옵니다. 감염의 우려가 있으니 알코올 패드로 주사 놓을 부위를 잘 소독하라는 의미죠.




주삿바늘이 그렇게 굵은 편은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찌르면 따끔합니다. 




주사바늘 공포증이 있는 저로써는 한숨만 나올 뿐이네요..
발병 전의 '정상인' 생활이 그립습니다...

한 달 후 다음 병원 방문 때는 혈액검사를 한다는데, 부디 염증 수치가 많이 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병원에 간 김에 주치의한테 얘기해서 연말정산용 '장애인등록증'도 같이 미리 발급받았어요.




세법상의 장애인 기본공제 150만 원!
몸 아픈 것도 서러운데 합법적으로 최대한 챙길 건 챙겨야죠.
웬일로 병원에서 발급비용도 따로 안 받네요.

연말정산 때마다 매년 받는 거 없이 토해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 본 콘텐츠는 2022년 티스토리 '꿈:틀, 날갯짓'(ikevin.tistory.com) 블로그에 게시되었던 포스트를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새롭게 재구성하여 쓴 글입니다.

최초 게시일 : 2022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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