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달고 다니던 블랙박스가 요즘 들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동영상 저장이 되다 말다하고 가뜩이나 화질도 구린데 그보다 더 안 좋아진 것 같아요.
더구나 플라스틱 재질의 고정 브라켓에 크랙이 생기면서, 달리다가 바퀴 충격에 블랙박스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기더군요.
무엇보다 기기 자체는 비싼 게 아니라서 떨어져 고장나도 별 상관은 없는데, 동영상 저장이 되다 말다 하는 건 블랙박스로써의 치명적인 하자이기에 더 이상 자전거에 달고 다닐 필요가 없는 거죠.
그동안 제가 달고 다니던 블랙박스는 '애니샷'이라는 한 10년도 더 된 골동품 모델입니다.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나 자전거에도 장착할 수 있도록 전용 브라켓이 함께 포함된 제품이죠. 내장 배터리가 있기는 하지만 용량이 워낙 적어 외부 전원 없이는 자전거 블랙박스로 쓰기에는 부적당합니다. 다행히 작동 전원이 5V라서 그동안 일반 USB용 보조배터리를 연결해서 사용을 했었지요.
화질은 구리지만, 지난 2020년 자전거 사고 당시에 이 놈 덕을 톡톡이 본 적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팔당으로 자주 라이딩 하시는 분들은 아래 장소가 어디인지 아마 아실 거예요.
암사동 고갯길 내리막길 초입에서 사고가 났었는데, 아래 영상 덕분에 상대방 과실 100%로 보상을 받기도 했지요. (55초쯤에 사고발생)
사고 직 후 제 자전거는 상대방 패거리 중 한 명이 들어서 옮긴 거예요.
저는 큰 충격에 말도 못 하고 길바닥에 계속 뻗어 있었고요.
아니, 사람이 길바닥에 내리꽃혔으면 사람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게 상식 아닌가요..??
아무튼, 이 사고로 인한 신체적 후유증과 정신적 트라우마로, 2020년 라이딩은 이 사고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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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지금까지 편도 35km 장거리 출퇴근을 자주 하는 저로서는, 자전거 블랙박스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되어버렸죠.
자전거 블랙박스 전용 제품을 알아보다가 가격도 비싸고 딱히 마음에 드는 모델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서랍에서 잠자고 있는 휴대폰 공기계에 블랙박스 앱을 깔아서 써보면 어떻까 생각이 들어서 바로 실행에 옮겨 봤습니다.
장착은 휴대폰 전용 브라켓을 자전거 전면에 달아주고 휴대폰만 거치하면 끝이네요.
이번 브라켓은 금속 재질이라 무게감은 약간 있는데 내구성은 좋을 것 같습니다.
휴대폰 카메라가 전방에서 5˚정도 약간 아래쪽을 향하도록 각도를 조정하고 브라켓을 단단히 고정했어요.
휴대폰을 고정하는 방식이 나사식이라서 유격 없이 단단히 고정이 됩니다.
주행 중에 웬만한 큰 충격이 아니고서는 휴대폰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불안하니 나중에 우레탄 밴드를 사용해 추가로 고정할 예정입니다.
※ 로드 자전거의 경우, 뽀대(?)가 안 날 수 있으니 가급적 자전거 블랙박스 전용제품으로 구매하셔서 장착하시길 바랍니다. :)
블랙박스 앱은 '오토보이'라는 프로그램을 깔았는데요, 제주도 여행 가서 렌터카 이용할 때 몇 번 사용했었는데 기능이나 성능이 꽤 마음에 들더군요.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바로 동영상을 외부로 전송 할 수도 있기에 여러모로 유용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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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동영상은 지난 4월 6일 퇴근할 때 새로 장착한 휴대폰 블랙박스로 촬영한 일부 영상입니다.
화질은 테스트 겸 일부러 HD급(720p)으로 낮춰서 설정을 했고요, 동영상 보고 화질이 안 좋으면 FHD급(1080p)로 올릴 예정입니다.
비가 아주 약하게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전반적으로 좀 어둡게 촬영이 되었네요.
화면 아래쪽에 현재 날짜와 시간, 현재 속도, GPS 위치까지 자동으로 함께 저장이 되니, 고가의 전문장비 부럽지 않습니다.
라이딩 시간이 총 1시간 50분 정도 걸렸는데요, 출발할 때 휴대폰 배터리용량 100%에서 집에 도착해 보니 잔량이 63% 정도 남았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따지면 2시간에 40%가 빠지니까, 대략 5시간 정도는 보조배터리 없이 사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라이딩 중에는 절전을 위해 휴대폰 화면을 꺼 놓습니다. 그래도 촬영 녹화는 계속 가능하니까요.
저장간격을 10분으로 설정했더니, 파일 하나당 크기가 약 900MB 정도 차지합니다.
물론 화질을 HD에서 FHD급으로 올리면 당연히 크기가 더 커지겠지요.
블랙박스로 쓰는 휴대폰(LG X4+)의 저장용량이 넉넉하지가 않아서 장기간 저장은 힘들지만, 왕복 출퇴근 1사이클(70km) 정도는 충분히 한 번에 저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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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본격적인 자전거 시즌을 맞이하여,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한강 주변의 자전거길은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말·휴일만 되면 로드·MTB 떼빙에, 좁은 도로 막고 한가롭게 나란히 따릉이 타는 연인들,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아이들 세발자전거까지.. 그야말로 '헬~ 한강'이 펼쳐지겠지요.
야간 스텔스 자전거는 보너스! 폭탄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저는 웬만하면 자전거 성수기 때 주말, 휴일에는 자전거를 안 탑니다만, 사고는 평일·휴일, 밤·낮 가리지 않고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에 항상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나 혼자만 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사고 발생 시 항상 시시비비를 따질 일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간간히 보게 되는 자전거 도로 위 (흰색 페인트로 표시된) 사고의 흔적들, 자전거 사고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 등등.. 남 일 같지가 않습니다.
자동차 도로가 아닌, 자전거길에서 난 사고는 딱히 경찰이 해주는 것도 없습니다.
2020년 사고 당시, 처음이라 사고처리 방법을 몰라 경찰서까지 직접 찾아갔었는데, 자전거끼리의 사고는 쌍방 간에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건 없으니 서로 다툼이 있을 경우 민사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것이지요.
그때 필요한 게 바로 객관적인 증거물인 '블랙박스 동영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추장스럽고 무겁기도 한 카메라를 뭐 하러 자전거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냐..?
억울한 자전거 사고를 한 번이라도 당해 본 분들은 충분히 이해하실 겁니다.
저도 2020년 사고 당시, 그 억울한(?) 피해자가 될 뻔했지만 블랙박스 영상 덕분에 상대방을 바로 깨갱~! 시켰거든요.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알려주지 않았을 때 상대방이 했던 말..
'나는 자전거 도로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만 했지 안 들어갔다.
당신이 내리막길에서 과속하다가 혼자 놀라서 자빠진 거 아니냐..
내 친구들이 목격자다!'
마지막 말에 소름이 다 돋았습니다. 여럿이 한 사람 바보 만드는 거 정말 쉽구나..
아무튼 뭐 이런 개 같은 황당한 소리만 하며 발뺌하길래, 블랙박스 사고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경찰서 제출용으로 만들어 놓은 아래 자료를 보내줬더니 바로 꼬리를 내리더군요.
딱 봐도 도로 한가운데까지 들어온 게 확실한 데, 이게 어딜 봐서..!!
뭐 반대편 차선으로 들어갈 준비?? 에라이!
결론..
'각자도생'은 생활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자전거 후방에도 카메라를 달고 싶은데,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를 해봐야겠습니다.
휴대폰 전·후방 카메라로 동시에 앞뒤를 촬영하는 앱이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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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2023년 티스토리 '꿈:틀, 날갯짓'(ikevin.tistory.com) 블로그에 게시되었던 포스트를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새롭게 재구성하여 쓴 글입니다.
최초 게시일 : 2023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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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