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개표사무원 알바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 개표 알바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새벽 2시 20분입니다. 개표소 주차공간 좁다고 대중교통 타고 오라고 해놓고선 새벽 2시에 끝내주면 집에는 어떻게 가라는 건지.. 자전거 타고 가길 잘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새벽(?) 공기 마시며 자전거 좀 밟아봤네요. :)

성격상 사람들 많이 모이고 복잡한 곳 싫어해서 평소같으면 개표 알바 같은 거 별로 관심 없었을 텐데, 휴직 기간 동안 평생 한 번도 안 해본 일 해보며 추억거리도 만들어보고, 그리고 소소한 용돈벌이도 할 겸 참가하게 되었지요.

저녁 6시10분까지 도착인데 코로나 상황으로 따로 저녁식사나 간식 타임이 따로 없어서, 오후 4시에 미리 저녁을 먹고 나갔습니다. 다 끝나고 집에 올 때 빵 2개랑 사과 주스 1개 챙겨주더군요. 배고파서 집에 오자마자 바로 다 먹었네요~



다른 사람들 보다 좀 일찍 도착했는데, 역시 대통령 선거라 그런지 개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체계적으로 잘 준비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허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뭐 한 두 번 해보는 선거가 아니겠지만요. 담당구역별 자리에는 개표사무원 각각의 이름이 적힌 목걸이(인식표)와 방역마스크 2개, 테프론 장갑 1개가 놓여있었고요, 개표소 입구에 붙어있는 자리 배치표를 보고 자기 이름이 써있는 자리에 앉으면 됩니다. TV에서나 보던 '자동 투표용지 분류장치(?)'도 실제로 볼 수 있었는데, 제 담당은 아니어서 직접 조작할 일은 없었고요. 비싸보이는 물건은 함부로 만지지 말자가 평소 신념(?)이라 한편은 다행입니다. >_<; 개표진행 중간중간에 옆에서 구경만 했습니다. OMR 카드도 아닌데 투표용지가 자동으로 분류되는 게 신기하더군요.


저는 개표장 한 쪽 구석에 있는 '우편투표 전담부'에 배정을 받았습니다. 재외국민이나 관외 사전투표, 거소투표를 한 사람들의 투표용지를 개표하는 업무를 맡았어요. 이런 우편투표함이 개표소안에 총 14개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일반투표용지보다 상대적으로 양은 적은데, 투표용지를 넣은 봉투를 하나하나 열어서 안에 있는 투표용지를 일일이 꺼내야 하고, 봉투가 확실히 비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 등이 있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투표용지를 빨리 꺼낼 수 있게 봉투 한쪽 모서리를 자동으로 컷팅하는 기계가 있었는데, 일부는 잘 안 잘려서 가위로 자르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컷팅기에 봉투를 넣기전에 봉투 안에있는 투표용지가 봉투와 함께 잘리지 않도록 봉투를 수직으로 세워서 한쪽으로 세게 탕!탕!탕! 치는 작업이 선행됩니다. 그래야 봉투 안에 있는 투표용지가 밑으로 내려가서 혹시나 있을 봉투 컷팅시 투표용지 훼손을 막기 위함이죠.


밤 12시 자정을 넘어서는 일반투표함 개표는 거의 끝나 그쪽 분들은 쉬면서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희 투표함 절반을 그쪽으로 좀 떠넘겨서(?) 그나마 개표를 빨리 끝낼 수 있었습니다. 선관위 직원분들이 융통성 있게 진행을 잘하시더군요. 저희 쪽 인원이 일반투표함 개표사무원들의 6분의 1 정도나 될 듯 인원도 얼마 안 되었거든요.


아르바이트비는 식대 포함 약 13만 원이 되겠습니다. 오후 6시에서 새벽 2시까지 8시간. 최저임금 이상은 받았네요. 가족들과 소고기나 사먹어야겠어요.ㅎㅎ 이번 투표는 코로나 확진자 투표때문에 저녁 7시반에 투표가 끝났어요. 그래서 투표함이 개표소까지 오는 시간도 늦어져, 실제 개표작업은 8시 반이 넘어서야 시작됐습니다. 노동강도도 크게 힘든 편이 아니라서,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할까.. 말까.. 고민입니다. :)


집에 돌아오니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이름이 포털 메인 기사에 떠 있네요.
아침이 되면 확실히 알 수 있겠군요..
일단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시간이 늦어 잠을 좀 자야겠습니다.


※ 본 콘텐츠는 2022년 티스토리 '꿈:틀, 날갯짓'(ikevin.tistory.com) 블로그에 게시되었던 포스트를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새롭게 재구성하여 쓴 글입니다.

최초 게시일 : 2022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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