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미리 준비해 둔 신생아용 아기 기저귀 재고가 너무 쌓였다.
내돈내산, 선물로 받은 것들 등등..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하기스 기저귀는 큰 사이즈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하길래 알아보니, 유한킴벌리 메트로 허브센터라는 곳에서 택배로 교환이 가능하단다.
그런데 왕복 배송비를 생각해보니 적어도 1만 원은 나올 듯 하고, 또 택배를 착불로 보낸다하니 언제 올지도 모르는 택배를 마냥 집에서 '택배비' 손에 들고 기다리기도 애매하다.
허브센터 위치를 보니 집에서 자가용으로 한 30분거리 되는 것 같은데, 그냥 직접 가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전화로 미리 접수는 했으니까.
그리고 아내도 며칠 동안 집에만 있어 답답해 하는데 바람도 쐘겸 아기 기저귀 1박스를 차에 싣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중간에 커피 전문점에 들러 커피도 한 잔하고.
허브센터가 경기도 광주시 큰 국도변 바로 옆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센터 정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때마침, 센터 안으로 들어가는 큰 컨테이너 트럭을 얼떨결에 뒤따라 들어가긴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경비실에 얘기도 안 하고 우리가 '무단출입'을 한 거였다.
트럭이 지나가느라 정문 차단봉이 잠시 열려있던 거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트럭 뒤에 바짝 붙어서 같이 따라 들어갔으니..
컨테이너 트럭이야 당연히 출입증이 있었겠지만, 우리 차는 뭐냐? 😅
물류센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여러 개의 커다란 창고와 수 없이 많은 물건 박스들이 눈에 보인다.
기저귀 박스도 종류별로 정말 수 없이 쌓여있다.
교환을 위해 가져 온 기저귀 박스를 들고 여기저기 다니다간 괜히 오해(?)받을까 싶어 일단 차에 그대로 놓고 집사람하고 여기저기 사무실을 기웃거린다.
여러 직원에게 길을 물어물어 겨우 찾아간, 물류창고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
사무실 문 앞에는 전국에서 도착한 듯 기저귀 택배박스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사무실 안에는 직원 한 분이 계셨는데, 혼자서 일을 하는지 무척 바빠 보였다.
여차저차 사정을 설명하니 오전에 왔으면 전산처리 바로해서 교환을 해 줬을텐데, 지금은 마감시간이 넘어 너무 바빠서 바로 교환이 힘들다고 하셨다.
단순히 물건만 교환해주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뭔가 전산상 복잡한 절차가 있는 듯 하다.
기저귀박스와 연락처, 주소를 적어놓고 가면 며칠 내로 택배로 보내준다길래, 더 이상 민폐 끼치기 싫어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와 함께 박스와 연락처를 남겨놓고 사무실을 나왔다.
= =
집에 오는 길.. 생각해보니 웃음만 나온다.
웬지모르는 색다른 경험 때문일까?
입장바꿔 생각해보면,
왠 처음보는 남자가 만삭의 임산부를 데리고 기저귀박스 하나를 바꾸기 위해 그 큰 물류센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길을 묻고 있으니, 그 직원들이 보기에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리고 한편으로 내가 이정도로 얼굴이 두꺼웠었나 하는 놀라움?!
경비원 아저씨한테도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괜히 우리때문에 곤란한 일 겪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 새삼 느낀 건, 잠깐 만나봤지만 경비원을 포함한 직원분들이 참 친절하다는 점이다.
마트나 백화점에 물건 사러온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귀찮은 기색없이 복도까지 나와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
몇 년 전 대선때 문국현 후보가 출마했을 당시 '유한킴벌리'라는 기업에 대해 나름 좋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역시나하는 흐믓한 생각이 다시금 든다.
그나저나 우리아기 기저귀 박스는 언제쯤 도착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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